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혹시 모를 나를 위한

삶은 그저

삶은 그저
아침 알람음에 뒤척였던 기지개였고
출근길 허둥지둥 대던 내 발걸음이었다.

삶은 그저
허기진 배를 다시 채운 뜨끈한 밥 한 그릇이었고
회의 뒤 마셨던 시원한 커피 한 잔이었다.

삶은 그저
퇴근길 느닷없이 우두둑 떨어진 비에 젖은 내 머리카락이었고
젖은 공간을 기대하며 달리던 내 달음질이었으며
오랜만에 히히덕거리며 했던 그와의 술 한 잔이었다.

삶은 그저
샤워 뒤 소파에 기대어 보던 TV 프로그램이었고
잠들기 전 넘겼던 책 몇 페이지였으며
스르르 감긴 눈을 억지로 뜨지 않음이었다.

삶은 책상 위에 쌓여 있는 목적과 성취였기 보단,
그저 던져 저 있던 빨래 더미와 우두커니 씨름함이다.

삶은 다 산 오늘을 내려놓음이고
그저 다시 살아갈 내일을 바라봄이다.

삶에 너무 많은 짐을 지우지 않아도 된다.
더 나은 삶도 막무가내인 삶도 오롯이 들여다보면 그저 살아감이다.

그저 잘 태어났기에
그저 잘 살아감으로
우리는 각자의 삶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.

memento mori

혹, 번아웃 되려는 모든 이들에게.
꽤잘짓다. 2021082120220611.